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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교육, 네 살 미만 어린아이라면?

G 맘카페 0 35 2017.08.12 01:28

 

밥상머리 교육에 대한 관심이 여전하다. 가족이 오순도순 밥상에 머리를 맞대고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해주는지, 자라나는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지능 발달은 물론 엄청난 학습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4세 미만 아이들에게도 밥상머리 교육이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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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터울인 건우(6세), 승우(3세)의 식사 시간은 늘 전쟁터다. 밥 한 번 먹이려면 엄마는 형제를 졸졸 따라다니며 애걸복걸해야 한다. 식습관이 제대로 안 돼 있는 둘째 승우가 온 집 안을 돌아다니며 밥을 먹는 통에 그나마 앉아서 밥을 먹던 첫째 건우까지 가세했다. 밥을 먹고 나면 온 집 안이 쑥대밭이 된다. 엄마는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쫓아다니며 먹이지만, 그런 꼴을 못 보는 아빠는 ‘차라리 밥을 주지 말라’며 방관만 한다. 언제쯤 이 아이들과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며 ‘밥다운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엄마의 하루는 아이들 밥 먹이는 것으로 시작해 밥 먹이는 것으로 끝난다.
 

밥그릇 들고 아이 꽁무니 쫓아다니는 일은 이제 그만!
많은 엄마들이 아이의 먹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숟가락을 들고 아이 꽁무니를 쫓아다녀도 한 술 먹이기 어렵고, 힘들게 입에 넣어주면 씹다가 삼키지도 않고 그냥 뱉어버린다. 심지어 밥 먹는 게 무슨 무기나 되는 양 “밥 먹으면 장난감 사줄 거야?” 하며 엄마에게 요구 조건을 내건다. 한창 자랄 나이에 식사 때마다 이렇듯 아이와 지루한 전쟁을 치러야 하니, 엄마 입장에서는 애가 탈 지경이다.
이에 대해 고시환 성장클리닉 고시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릴 때 밥상머리 교육이 평생 식습관을 좌우합니다. 어떻게 밥 먹는 습관을 들이느냐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좌우되지요. 제대로만 된다면 ‘밥상’은 최고의 교육 현장입니다. 특히 네 살 이전 아이의 잘못된 식습관은 아토피 등 아이의 건강부터 시작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성조숙증은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고혈압, 고지혈증 등 건강 이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밥 먹는 습관을 제대로 가르쳐야 합니다. 무엇보다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죠. 아이가 밥을 안 먹는다고 그저 먹이고 싶은 마음에 밥숟가락을 들고 쫓아다닐 것이 아니라 단호하게 대처해 아이가 밥상머리에 앉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를 밥상머리에 앉힐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고시환 전문의는 “밥상머리 시작점은 바로 모유 수유”라고 말한다.
“끼니때마다 제자리에 앉아서 먹지 못해 엄마가 그릇을 들고 따라다녀야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많은 경우 이런 아이들은 모유 수유를 제대로 못했거나 바른 이유식 습관을 들이지 못한 것입니다. 모유 수유를 제대로 한 후, 월령에 맞는 바른 이유식 습관을 가진 아이는 3~4세가 되면 스스로 밥을 먹는 능동적인 식사 습관을 갖습니다. 그리고 성장한 후에도 밥상머리에서 올바른 식사를 하지요. 만일 이 시기에 아이가 나쁜 식습관을 들이면 가족 식사 자리에 동참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아이에 따라 발달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략 모유 수유가 끝나가는 8개월 전후부터 아이는 어느 정도 손으로 물건을 쥘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특히 아이가 올바른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부모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숟가락으로 혼자 먹을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결국 문제는 부모다. 엄마는 아이의 ‘영양’만 생각해 어떻게 해서든 먹이려고 한다. 물론 그렇게 하면 당장 한 숟가락은 먹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아이로 하여금 나쁜 식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몇 번 달래어 밥상머리에 앉혀보고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단호하게 아이 밥그릇을 치워야 한다. 적절한 시기의 올바른 ‘밥상머리’는 아이의 인생에 상상도 못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 미래를 내다보고 아기가 태어났을 때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제대로’ 먹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유대인에게서 배우는 ‘밥상머리 교육’
“자녀 교육에는 공식이 없다”고들 한다. 아이들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저마다 개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가정에서든 밥은 챙겨 먹을 것이고, 일상에서 아이와 가장 가까이 마주 앉아 얼굴을 맞대는 곳이 ‘밥상’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열풍이 일고 있는 유대인 교육 방법이 새삼 화제가 되는 것도 그들의 사소해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교육 방법 때문이다. 이들의 자녀 교육 비밀은 다름 아닌 ‘밥상머리 교육’이다. 특히 유대인들은 밥상을 통해 가족공동체를 탄탄하게 세우는 민족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유대인에게 밥상머리 교육은 단순히 먹는 교육이 아니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 ‘밥상의 날’을 정해두고 밥상에서 가정 예절을 배우며, 부모와 자녀가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고 공유한다. 가족 식사가 단순히 배만 채우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초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한 던킨도너츠의 창업자 로젠버그, 샴푸와 헤어․패션업계 비달사순, 미국 최초의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Levis)는 유대인 레위 스트라우스(Levi Straus)가 만들었고, 캘빈클라인, 게스, 조다쉬, DKNY, 랄프로렌 등 모두 유대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 손에 이끌려 장을 보러 다녔고 함께 식사를 하는 철저한 밥상머리 교육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명문가로 꼽히는 류성룡가 또한 자녀 교육 방법에 있어서만큼은 단순하다. 밥상머리에서 가족이 함께하고, 최소한의 지켜야 할 것만으로 교육이 된다는 것이다. 기초적인 예절 모두 ‘밥상머리’에서 이뤄진 것이다.
 

가족 식사, 뇌 발달에도 좋아요
왜 이렇듯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한 것일까. 우리 뇌에는 식사를 할 때 옥시토닌이란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정서적 안정감을 유도하는 특효약이다. 특히 부모 형제를 비롯한 가까운 사람과 함께 밥을 먹을 때 옥시토닌 분비가 왕성해지고, 이는 정신적 만족감과 함께 학습 동기를 일깨우는 훌륭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정기적인 가족 식사만으로 아이의 지능 발달은 물론이고, 엄청난 학습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집에서 하는 가족 식사가 아이의 뇌 발달에 좋은 점은 무엇일까? 다양한 가족 구성원끼리 나누는 말을 귀담아듣고, 정서를 이해하고, 순서에 맞게 말을 하는 가장 이상적인 훈련장은 바로 가족 밥상이다. 특히 집에서 하는 가족 식사는 아이들에게 일정한 역할을 주어 전두엽을 활성화한다. 식탁에 밥그릇을 놓거나 수저를 가족 수대로 놓는 등 아주 간단한 역할이라도 아이가 직접 하게 한다면 아이는 가족 식사를 놀이의 일부분으로 즐겁게 받아들인다.
이때 특히 중요한 것이 ‘공감’이다. 올바른 부모 자식 관계에서 공감은 서로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아이가 자신을 표현하게 하는 좋은 수단이다. 가능한 한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생각과 감정이 어떠할지 추측해본다. 밥상에서
아이의 말을 경청할 때 다음과 같은 점을 주의하자.
1. 부모 자신이 먼저 마음의 안정을 유지한다.
2. 아이가 입을 열 때 집중한다.
3. 반응을 보인다.
4. 표정 관리에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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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식사를 할 때 아이는 엄마, 아빠가 하는 말만 듣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식사 중에 엄마, 아빠가 보내는 말 아닌 다른 신호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예민하게 포착한다. 따라서 밥상에서 아이와 대화를 할 때는 야단만 치지 않으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대화에 임해서는 곤란하다. 차라리 화가 난다면 “네가 이래서 엄마가 기분이 나빠” “너의 이런 모습이 엄마를 화나게 해” 하는 식으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스스로 먹을 수 있도록 부모가 기다리자
하지만 이 모든 것도 4세 미만 어린아이라면 어려운 점이 있다. ‘밥상머리’에서 서로 오고 가는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고 부모와 아이는 지루한 소모전을 펼친다. 어렸을 적 식습관은 성장기 아이들의 밥상머리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부모는 그저 아이 밥 먹이기기에 급급하다. 식습관은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자리 잡아가는데, 아무것이나 주는 대로 잘 받아먹는 아이가 있는 반면에 유독 음식의 질감이나 맛, 색깔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 특정 음식이 가진 냄새나 맛에 예민한 것일 수도 있고, 선천적으로 음식 맛에 길들여지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부모는 아이가 밥숟가락에 적응하는 기회를 주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합니다. 10개월이 되면 수저를 주고 혼자 먹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돌이 지나서는 아침․점심․저녁 세끼 제때 먹도록 해서 제대로 된 식습관을 가르쳐야 합니다. 아이가 안 먹는다고 할 게 아니라 부모 스스로 아이가 혼자서 밥 먹을 때까지 얼마나 기다려줬는지부터 생각해보세요. 아이들은 럭비공이에요. 어디로 튈지 모르죠. 바른 식습관을 갖는 것에도 시기가 있습니다. 때를 놓치면 5, 6, 7세, 아니 평생 바로잡지 못합니다. 늦을수록 부모는 힘들어지고 아이의 나쁜 습관은 고착화됩니다. 4세가 돼서도 식습관이 형성돼 있지 않다면 부모는 아이와 밥상머리 전쟁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모가 조급증을 가져선 안 됩니다. 억지로 강요하기보다는 멀리 내다보고 아이 스스로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잘 자란 아이 뒤에는 부모의 노력이 절대적입니다.”
이를 위해 식사 시간이 되면 아이 주변에서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것들을 가능한 한 없애고, 아이가 음식을 먹는 일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또 처음엔 어렵겠지만 정해진 장소에서 제시간에 밥을 주도록 하자. 아이에게는 먹는 것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함께하는 가족 식사가 중요해요
세 살 난 승우는 오늘도 혼자 밥그릇을 들고 TV 앞에 앉아 있다. 엄마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여섯 살 형은 블록놀이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가족 중 누군가 옆에 있으면 좋겠지만 다들 제 할 일로 바쁘다. 이렇듯 아이 혼자 밥상을 지키는 것은 밥상머리 교육의 진정한 효과를 그대로 상실하는 경우다. 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아 함께 밥 먹는 풍경을 아이가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러면서 먹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함께하는 식사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몸소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부모의 존재는 바로 이럴 때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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